“매일뉴스 컬럼”

기자명 편집국 (webmaster@every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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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KIDB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에 지원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조선 3사는 2018년까지 인력 30% 감축 등 10조 35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 같은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부총리 주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 장관회의’를 2년 한시의 공식 회의체로 구성해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유 부총리는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은 철저한 자구계획 이행, 엄정한 손실분담 원칙하에 신속하게 추진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조선 3사와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양대 국적선사를 모두 끌어안아 다음 정권에 넘기겠다는 ‘대마불사’ 선언과 다름없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대출로 은행 자본을 늘려주는 방식은 국회 동의도 없이 혈세를 꺼내 쓰는 ‘특혜금융’ 과 마찬가지다. 물론 정부는 자본확충펀드에 대해 은행 부실을 막기 위한 ‘비상재원’일 뿐이라며 대우조선 등 부실기업을 신규 지원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자구노력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때그때 자금 지원을 판단할 수 있다” 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조선업계 노동조합이 사측의 자구안에 거세게 반대해 계획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결국 세금을 얼마나 퍼부어야 할지도 모르는 부실 처리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긴 셈이다.
조선 3사와 양대 선사의 막대한 부실을 방조해온 산은과 수은에 대한 구조조정도 발표했으나 몸집 줄이기 정도에 불과하다. 산피아 근절 방침도 밝혔지만 감독 소홀로 부실을 키워온 책임은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다. 국책은행장으로, 사외이사로 낙하산을 보내온 정부가 이제 와서 산피아를 근절하겠다니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메트로에 낙하산 사장, 이사, 감사를 내려 보내고는 안전사고가 터지자 뒤늦게 ‘메피아 근절’을 외친 것과 무엇이 다른가! 부실덩어리의 기업을 당분간 연명시키는 것을 구조조정이라고 조장한 이면에는 정치적 압력이 엿보인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우조선 지원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 이라고 폭로했다. 낙하산 인사였던 그가 거대 부실에 선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모면하려고 변명하는 건 틀림없다. 그럼에도 정부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그이 고백은 ‘채권단 중심 시장원리의 구조조정을 천명해온 정부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때마침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대우조선과 산은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1987년부터 지금까지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 7조원을 지원받고도 지난해 말 부채비율 73%를 기록한 대우조선의 부실 경영과 분식회계, 정관계 로비 의혹은 진작 파헤쳤어야 할 일이다.
1월 출범한 특별수사단이 구조조정 대책 발표 당일에야 수사에 나선 것이 맹탕대책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면 국민을 너무 얕잡아 봤다. 우리나라의 전체 기업 매출은 최근 2년 연속 뒷걸음쳤다. 건국 이래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수출과 경제성장을 이끌던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 5대 주력 업종이 죄다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성장이 고착된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려면 새로운 성장 엔진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노쇠 기미라 역력한 주력 산업을 대체할 새 산업을 키우는 일이 급해서다.
구조조정은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산업을 키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제조업이 부진하면 서비스업을 살리고 부실 대기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유명 벤처기업을 배출해야 한다. 중화학 산업의 수명이 다했다면 IT(정보 기술)·바이오 같은 신산업에서 대안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부실을 방치하며 잇속을 챙긴 국책은행 전·현직 경영진과 직원들 책임부터 철저히 물어야 한다.
/나경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