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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편집국 (webmaster@every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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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가 남은 빚 957억 원을 갚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부채 0원’ 시대를 선언했다. 3년 전만 해도 경남도 부채는 1조 3488억 원에 달했다. 2년 전 빚이 7900억 원에 달해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경기도 용인 시도 부채를 1190억 원까지 줄였고 내년 초엔 남은 빚마저 갚을 계획이다.

경상남도나 용인시는 지자체들이 의지만 있으면 빚 투성이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귀감이다. 우리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평균 46%로 나머지 절반 이상을 국고나 각종 보조금 지원으로 메우고 있다. 경기도는 부채 규모가 3조 3354억 원에 달하는데 최근 주택 경기 침체로 2분기 세수마저 2000억 원 가까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앙정부의 채무 비율도 40%에 달했으며, 경기 부진으로 재정분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남도와 용인시가 빚을 줄인 과정을 보면 다른 지자체들과 중앙정부가 본받을 점이 많다.

경남도는 3년 전 빚 때문에 내는 이자만 하루에 1억 원에 달했다. 도는 재정 건전화 로드맵을 만들고 재정 점검단이라는 조직을 구성했다. 5년 안에 빚을 전부 갚는다는 명확한 목표아래 과거엔 이해관계자들 반발로 엄두조차 못 냈던 재정 절감 조치를 밀어 붙였다. 통행 차량이 적어 적자에 허덕이던 거가대로에 주던 로비를 수익 보장에서 비용 보전 형태로 바꿔 한 해 323억 원을 아꼈다. 노조의 격렬한 반발을 무릅쓰고 매년 40여억 원 적자를 내던 진주의료원도 문을 닫았다. 경남개발공사는 비용 10% 절감 운동을 벌였고 경남무역·마산의료원·경남테크노파크 등 산하기관에 대해서는 특별감사를 통해 예산 누수 실태를 점검한 뒤 불필요한 인력을 줄였다.

용인시도 2년 전에 세수보다 빚이 더 많아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40%에 육박했다. 내부적으로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까지 거론됐다. 무리하게 추진한 경전철 사업과 부동산 경기 침체 탓이었다. 용인시는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거나 세금을 더 걷는 대신 공무원부터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사무관급 이상 시청 직원들이 기본급 인상분을 반납하고 공무원 수당과 복지비를 50%까지 삭감했다. 급하지 않은 사업은 모두 미뤘다. 다행이 수도권 부동산 경기 회복이라는 호재까지 겹쳐 단시간에 우량 지자체로 변신할 수 있었다.

두 지자체의 ‘빚더미 탈출기’ 는 과감하게 지출 구조조정을 하면 얼마든지 건전하게 예산을 꾸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무원들부터 모범을 보이고 적자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13조원 넘는 부채 덩어리였던 인천시가 최근 2년간 재정 개혁을 통해 부채를 2조원 넘게 줄인 것도 그런 사례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더 이상 말로만 재정 개혁을 떠들 게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한다. 부채 부담이 무거운 지자체일수록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행정자치부는 지방재정전략회의에서 지자체 간 첨예한 갈등으로 비화한 지방재정 개편안을 강행한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정부 개편안은 기초 시·군에 나눠주는 조정부금과 관련, 현행 인구수-재정능력-징수실적 간 배분비율을 5-2-3에서 4-3-3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인구수보다 재정능력을 감안해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지방교부금을 더 주겠다는 뜻이다.

개편안은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를 도세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특정 시·군에 균등 분배한다는 것이다. 이제 형편이 조금 나아졌을 뿐인 시·군의 돈으로 열악한 자치단체를 지원한다는 발상은 밑돌을 빼 윗돌을 괴는 격이다. 예컨대 재정상태가 좋은 시·군의 경우도 교통망과 학교 확충 등 인프라 구축에 만만치 않은 예산이 든다. 따라서 균형발전이란 미명 아래 전체 지자체의 재정이 고루 나빠지는 하양 평준화의 우를 범할 수 있다. 다양한 근본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나경택 주필